아동 성폭력은 우리 일상과 매우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실제 아동 성폭력 가해자의 80%가 바로 ‘아는 사람’입니다. ‘아는 사람’이란 정말 말 그대로 ‘아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는 내 아이 역시 아동 성폭력에 노출될 확률이 매우 높음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내 아이가 성폭력에 노출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여기서 먼저 확인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아동 성폭력을 걱정하는 것에 비해 대비에는 너무 소홀하다는 점입니다. 한 통계를 보면 성인들도 성추행 등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신고해야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즉, 자기 자신도 모르는 데 어떻게 아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는 것이지요. 따라서 부모님께서는 내 아이가 아동 성폭력에 노출되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미리 미리 학습해 두셔야만 합니다.

이를 알고 있느냐 모르고 있느냐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큽니다. 눈물을 흘리며 상처 투성이인 아이를 보면서 처음으로 내뱉는 한마디는 아이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지고,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는 눈동자의 크기는 영원히 아이의 심리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지요. 자, 그러면 이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할까요?

성희롱
은 언어나 육체, 환경 등 다양한 범주가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언어나 환경도 많이 존재하지만 아이들의 경우는 육체적 성희롱이 많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또한 또래보다는 어른들에 의한 피해사례가 다수입니다. 이는 어른들이 아이가 예쁘다며 억지로 뽀뽀를 하거나 몸을 만지는 등의 사례가 다수라는 의미입니다.

성추행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예쁘다고 접근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위력을 사용하게 되면 성추행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우리 아이들은 몸과 마음이 맥없이 서있게 되는 현상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성폭행은 조금 다릅니다. 아동 성폭행 가해자들은 굉장히 은밀한 관계를 아이와 맺으려 합니다. 즉, 아이와 자신만의 관계라는 것을 아이에게 주입시키며 신고를 차단시키지요. 그리고는 반복 진행합니다.

이 때, 아이들은 이 어른이 ‘나쁜 어른’이란 생각을 못 합니다. 따라서 이 부분은 평소에 늘 교육이 진행되어야 하지요. 아이의 몸을 허락없이 함부로 만지거나 싫다는 데도 계속 아프게 한다면 그 때부터 그 어른은 ‘나쁜 어른’이란 점을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아무튼 이런 여러 성폭력 상황이 일어나면 아이들은 대개 두 가지 반응을 보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평소처럼 지내는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은 지금 당장 알 수는 없으나 결국 언젠가는 그 흔적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늘 아이의 움직임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갑자기 아빠가 안아주거나 뽀뽀하는 걸 거부하거나 성인 남성을 무서워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는 거지요.

두 번째는 아이가 울면서 들어오거나 주변 아이들이 대신 얘기해 주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아이가 분명히 상처를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하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가해자의 인상착의 등을 잘 기억하고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자, 부모님들께서는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일단 성폭력 대응시 대전제가 있습니다. 무조건 침착하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매우 놀랄 수 밖에 없지만 아이 앞에서는 평온하십시오. 매우 힘들 수 밖에 없지만 아이 앞에서는 평온하셔야 합니다. 만약 부모님이 놀라고, 힘들어 한다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는 부모님보다 더 힘들고, 더 놀라며, 더 아파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게 내 잘못이라는 자괴감에 빠지며 상처를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워지게 됩니다.

두 번째로 외상을 잘 살피시기 바랍니다. 어디 상처는 없는지 혹시 성폭행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성폭행 외상이 없다면 아이에게 확신을 심어주셔야 합니다. 아빠와 엄마가 그 나쁜 어른보다 훨씬 힘이 세고, 너를 사랑한다고 얘기해주시면서 대화의 물꼬를 트시기 바랍니다.

만약 성폭행 외상이 보인다면 아이를 절대 씻기시면 안 됩니다. 옷을 갈아입히 되 원래 옷은 반드시 종이 봉투에 넣으시고, 아이의 머리 정도만 추스르시길 바라빈다. 또한 지금은 네가 조금 다친 것이지만 감기에 걸린 것처럼 병원에 갔다오면 금방 괜찮아 질 수 있다는 것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로 아이와의 대화시에는 범인을 물색하려하기 보다는 안정에 주안점을 두셔야 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와의 대화는 상당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말하자면 전문적인 영역이란 의미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아빠 엄마와 함께 이제부터 힘을 합쳐 너를 아프게 한 또는 너를 함부로 만진 그 아저씨 또는 아주머니를 야단맞게 하자 얘기하시면서 이동을 준비하십시오.

이동은 상담소로 하시길 바랍니다. 이것이 네 번째 단계입니다. 경찰서로 바로 가시는 것도 좋지만 경찰서는 아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낯설고 힘든 곳입니다. 그런데 성폭력 문제는 전문가와 대동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전문가와 함께 가면 훨씬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전문 상담소에 가시라는 것입니다. 상담소에서 전문가와 함께 아이가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성폭력 상담소 활동가와의 대화는 여러분께서 생각하시는 것 이상으로 힘이 있습니다. 아이에게 강력한 폭력이 행해지지 않은 이상 충분히 아이가 힘들어 하지 않는 선에서 가해자의 인상착의와 사건개요를 알 수 있으며 사법처리 과정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에게 치료가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게 되면 원스톱 처리를할 수 있도록 안내해 줍니다.

그런데 만약 아이가 성폭행을 당한 후 외상이 커서 긴급한 이동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면 119로 신고하여 이동하면서 동시에 상담소에 연락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상담가가 병원으로 오게 되어 상황파악 후 처리를 도와주게 될 것입니다. 

또한 긴급전화 1366으로 연락 하시는 것도 괜찮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를 대하고 나면 굉장히 당황스럽기에 하나 하나 전문가의 안내를 따르는 것도 좋습니다. 이럴 때 1366으로 전화하면 부모님이 어떻게 대응하셔야 하는지 차분하게 안내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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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적 거세 시행이 이제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제 성범죄자들은 화학적 거세를 통해 성욕이나 성충동을 억제하는 시술을 받게 되고, 아마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이를 통해 성범죄 특히, 아동 성범죄가 줄어들 것을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두 딸을 둔 딸바보 아빠로서 성범죄 예방을 위해 뭔가 액션을 취하고 싶고, 정부의 분발을 촉구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 시행 한달을 앞두고 제 마음이 여전히 불편한 것은 왜 일까요.


1.성범죄는 '고환의 문제'가 아니다.

제가 가장 불만인 것은 성범죄를 고환의 문제로 보는 자세입니다. 화학적 거세의 요지는 결국 호르몬 조절을 통해 성욕 또는 성충동을 억제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범죄자들의 성호르몬 수치가 보통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또 7-10% 내외의 성범죄자에게만 확학적 거세의 효과가 있다는 연구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요.

성범죄라는 것 자체가 고환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굉장히 심리적이면서 사회적인 문제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내면의 상처, 성인 여성 또는 동성간 친구들과의 사회성 문제, 사회적 고립, 변태 성욕 등이 모두 혼재해 있다는 거지요. 그러니 징벌을 목적으로 화학적 거세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이를 두고 연세대 손 모 교수는 성범죄는 '뇌와 인격의 문제'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가령 조두순 사건의 예를 한번 들어보지요. 우리가 만약 조두순이란 사람의 성기를 물리적으로 거세했다 가정해 보겠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안심하고, 우리 아이들을 맘 놓고 뛰어 놀으라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조두순은 단순히 성기삽입만 한 것이 아니라 각 종 이물질을 피해 아동의 성기에 삽입하고, 각 종 변태적 행위로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이지요. 

2.화학적 거세, 제대로 시행할 자신은 있나?

화학적 거세 시행에 대해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이 제도가 제대로 시행될 수 있냐는 현실적 문제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감히) 이 제도가 성범죄자들에게 주사를 놓을 줄 아는 사람이 한달에 한두번 주사만 놓고 가는 방식으로 시행될 공산이 매우 크다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전문인력도 부족하고, 주무부서 자체가 법무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화학적 거세는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습니다. 끊임 없이 가해자 자신을 돌아보고, 성감수성을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준비가 잘 안 된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니 의료계에서 하도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하니까 이제야 선 치료 후 화학적 약물치료 라는 방식의 개정안이 나올 것이라 합니다.

게다가 더 웃긴 건 이 제도를 시행한 몇 나라가 모두 서양이기때문에 우리 나라와 같은 아시아의 현실에서 과연 어떻게 상황이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요. 치료효과는 있을 것이며, 그 후에 부작용은 어떨까에 대한 데이터도 없습니다.


그러니 걱정이란 겝니다. 의료계의 지적을 들어보면 이런 데이터를 구축하는 데 최소 5년은 필요하다던데, 우리는 사회적 분노와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결합해 졸속으로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기왕에 할거면 좀 체계적으로 잘 준비해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3.왜 피해자의 복지 얘기는 꺼내지 않는가?

가해자의 처벌도 좋습니다. 그런데 왜 피해자의 인권과 복지 얘기는 나오지 않는 걸까요. 얼마전 29세의 조선족 성폭행 피해여성이 재판도중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재판 과정을 통해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하며 자신의 억울함을 꼭 풀어달라는 유서와 함께 자살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우리의 법체계나 성폭행 처리절차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여전히 피해자가 왜 그 때 강하게 반항하지 않았냐거나 평소 행실이 어떻다는 등의 피해자를 오히려 문책하는 방식 즉, 피해자 유발론에 근거한 사례가 많습니다.

또 다른 예로 치료와 관련한 것을 들수도 있습니다. 대개 성폭행 피해자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웃입니다. 그러다보니 막상 성폭행 피해를 입고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참으로 막막해 합니다. 다행이 원스톱 지원센터가 생기고, 해바라기 아동센터 등이 있지만 접근하기가 너무도 힘이 듭니다.

현재 원스톱 지원센터의 경우 각 도별로 1개씩 밖에 없습니다(서울 경기 2곳). 또 해바라기 아동센터를 비슷한 처지지요(전국에 10곳). 그러니 지방의 경우 한번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하려면 부모님 중 하나는 사회생활을 아예 포기하고 하루종일 시달려야 합니다. 그러니 불만이란 것입니다. 왜 국민적 분노와 정치권의 포퓰리즘 때문에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가해자에게 약물을 주입하며 징벌만 하려하고, 정작 우리가 신경써야할 피해자의 인권과 치료에는 이렇게 부실하냐는 거지요.

종합정리

저는 화학적 거세 한달을 앞두고 여전히 불만이 많습니다. 두 딸을 가진 딸바보 아빠이기에 성범죄 없는 세상을 꿈꾸고,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닙니다. 좀 더 치밀하고, 체계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의 치료와 인권을 위한 배려가 좀 더 많이 보강되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지금처럼 한번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은 피해자를 두번 상처주는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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