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사람은 역사적 존재(하이데거)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인간 인식의 한계성을 벗어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 정신과 의지를 통해 한계의 범위를 확장하고, 변증법적 발전과정을 도모할 수는 있다. 명확한 문제에 대한 인식과 판단, 노력은 우리 삶의 진보를 가져오는 힘이 된다.  이것이 바로 사람만이 희망인 이유이다. 또한 이 글은 필자의 이와 같은 신념위에 쓰여질 것이다.

두번째로 이 글에서 필자는 성폭력의 원인을 나름의 시각으로 고찰하고,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에게 집중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자 한다. 물론 사회변혁과 제도 개선도 필요하나 성폭력 문제는 제도의 확립만으로 예방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글은 사회과학적 접근보다 철학적 접근을 그 방법론으로 택하게 될 것이다.


성폭력 원인에 대한 다양한 접근

2.성폭력이 일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어떤 여성운동가는 "습관" 이라 얘기하기도 한다. 성구매를 하는 습관, 접대문화속에 여성을 부르는 습관 같은 성매매 습관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습관은 여자는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기껏해야 2등 시민이란 인식을 갖게 한다 이야기 한다. 일면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성폭력은 양성간의 문제 뿐 아니라 아동과 동성간에도 이뤄지는 것이기에 이는 한계가 있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학자들의 연구는 일탈행동을 얘기하기도 하고, 문화를 얘기하기도 한다. 갈등주의적 접근도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는가를 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말하자면 현상에 대한 연구로써는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 이면에 있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이면에 깔린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작금의 물신주의와 힘과 권력에 의지한채 객체화 된 사람의 성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본성이라 하겠다. 


물신주의와 지배욕에 대한 구체적 접근

3.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우리 사회전반의 풍토에 만연해 있는 물신주의는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못하고, 하나의 "객체"로 인식하게 한다. 즉, 인격과 그 존엄성을 보지 못하고, 단순한 대상으로만 보게 한다는 것이다. 객체로 전락해버린 인간의 몸과 성은 더 이상 존중받을 대상이 아니게 된다. 하나의 물건처럼 사고 팔며 성적 욕구의 만족을 위한 "도구"되어 버리게 된다.

또한 지배와 통제의 욕구라는 인간의 본성은 내가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는 힘과 권력의 차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불평등한 위치는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눈을 가리고, 집단의 문화에 결탁하며 내 자신을 은폐하고, 반복 지속되게 된다. 또한 자신의 연약함을 강자 앞에서는 숨기다 약자 앞에서 야수적 본성으로 표출하며 피해자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게 된다.

자, 이제 이런 관점으로 성폭력을 다시 보도록 하자. 우선 성희롱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이것은 성희롱에 대한 법령이 형법이 아닌 남녀고용평등법에 제시된 것부터 생각할 수 있다. 남녀간의 사회적 위치와 힘의 차이가 바로 성희롱을 일으키는 원인이라 본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여성 상사가 남자 부하직원을 성희롱 하는 것도 이해되고, 심리적 우위에 있는 남성이 여자 상사를 반권력적 성희롱 모델에 따라 성희롱 하는 것도 이해되게 된다. 이들에게 성희롱 대상자는 더 이상 인격체가 아니고 내 위치와 힘을 이용해 성적 유희를 즐기거나 희롱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두번째로 성폭행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부는 여성의 야한 옷이 성충동을 일으켜 우발적으로 범행이 일어나게 한다 하지만 실제 성폭행 사건은 70% 이상 계획된 범죄이다. 또한 동성간에도 성폭행이 일어나고, 아동에게 가해지는 잔혹한 범죄를 보면 어떠한가. 이를 보며 필자는 나보다 강한 자에게는 굽신거리다 조금이라도 약한 자에게는 그 태도가 돌변하는 노예근성 같은 지배욕과 동물적 본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마음이 필자 개인만의 것이라 쉽게 치부해버릴 수 있는 것일까.


시대를 탓하기 전에 내 자신부터!

4.린다 레드레이는 "성폭력은 성적만족을 위한 행위라기보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격앙되고 과격한 욕구의 표현" "성폭력의 기저는 폭력, 분노와 지배욕"이라는 말을 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그녀의 견해가 정확한 것이라 생각한다. 성적 불평등이 시작된 이래 양성간에 가해진 성폭력은 물론 최근 이슈가 되는 동성간, 아동 성폭력 역시 이 모든 것에 그대로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필자는 "악마와 계약을 교환하고 풍부함을 대가로 초월성과 목적성을 팔아 넘겼기 때문에, 이제는 목적의 부재에 괴로워하고 있다"라고 하였던 보드리야르나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서 "인간 고유의 가치들을 화폐적 가치들이 대신 하는 병든 현상"이라 진단한 소로스의 의견에 동의하는 편이다. 이는 비단 경제와 문화 뿐 아니라 성폭력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조차 나를 알 수 없게 하는 이 정신 없는 시대는 성폭력의 수위와 양을 증가시키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를 어떤 정신으로 살고 있는 것일까. 또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내 자신의 변화가 사회가 변하게 하는 밀알임을 상기하며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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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교육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다?

10인 이상 양성으로 구성된 근로자가 있는 기업은 어디나 예외 없이 '직장내 성희롱 예방강의'를 들어야 합니다.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강의 등으로 교육을 대체하기도 하고, 전문강사님을 초빙해 진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참 흥미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위의 두 교육방식 모두 '기분 나쁘다''씁쓸하다' 같은 남자들의 반응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그리고 무엇이 기분 나쁘다는 걸까요.


남자는 모두 잠정적 가해자?

교육을 받다 보면 대개 강사님들이 모두 여자분들이십니다. 제가 여성임을 얘기하는 건 마치 말빨 좋고, 공부 많이 한 여성대표가 잠정적 가해자인 다수의 남성과 싸우러 온 듯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제가 일반 직장인으로 교육을 받을 때도 그랬습니다. 또 강사가 된 지금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참으로 난감하지요. 본래 직장내 성희롱을 법으로 강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강사나 피교육생 모두 이걸 보고, 짚어가는 게 아니라 매우 지엽적인 문제에 얽매인 듯 보이기 때문입니다. 본래의 의도와 상관없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말싸움이 반복된다고나 할까요(예 : 그럼 이런 것도 성희롱이냐? 너무 한 것 아니냐? 이러면 너무 삭막하지 않느냐 등...)


강사는 성희롱이 발생하는 핵심 원인을 짚으며 접근해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저는 "강사의 접근" 이 핵심이라 봅니다. 즉, 직장내 성희롱이 일어나는 핵심원인인 권력이나 의 관계를 보고 이를 통해 접근하는 게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성희롱을 가하는 면만 계속해서 강조하기 때문이란 얘기입니다. 아쉽지만 이건 마치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고 있는 것 같은 형국입니다.


현재 직장내 성희롱 문제는 "남녀고용평등법"에 그 핵심 개념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왜 성희롱 문제를 형법에서 다루지 않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다룰까요. 그것은 성희롱 문제가 남녀차별이란 바탕을 두고 있고, 남녀의 차별이란 양성간의 불평등 즉, 사회적 힘이나 위치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이 있다 보기 때문입니다. 이 얘기는 성희롱이란 누구나 예외 없이 상대적 소수자에게 언제든 가할 수 있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실제 군대내에서 동성간 이뤄지는 성희롱, 직장에서 여자 상사가 남자 부하에게 가하는 성희롱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다수입니다. 제가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희석시키려는 게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얘기는 성희롱은 일부 성충동을 자제하지 못하거나 짓궃은 사람이 우연하게 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이런 근본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또 이에 따라 더 많은 영역에서 더 많은 방법으로 성희롱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구요.

저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하러 오신 강사님께서 반드시 이 점을 기억하고, 이런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어느 한쪽 성이 일방적으로 가해자란 논리나 너네들 까불면 이런 처벌 받는다'는 식으로 진행하면 곤란합니다. 교육을 받는 게 아니라 "잠" 자러 오는 분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니 말이지요. 


정리하며

오늘 저는 이 글을 통해 제가 양성평등과 성희롱을 어떻게 관련지어 바라보는 지 적어보았습니다. 사실 성희롱 발생원인 중에는 "반권력적 성희롱" 이라 하여 남자 부하직원이 여자 상사를 성희롱 하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흔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력의 문제가 얽혀 상급자가 하급자를, 다수의 성이 소수의 성적 소수자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더욱 많아 보입니다.


자, 그렇다면 우리는 남성을 일방적인 가해자라 규정짓고 들어가는 지금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하는 게 아닐까요. 물론 현실적으로 남성이 더 많이 가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량한 다수의 남성을 잠정적 가해자처럼 얘기하면 참 곤란하지요. 좀 관심 갖고 싶던 맘도 사라지게 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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