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나 아빠가 사고 났다며 병원에 가자면 어떻게 할까?

어린이에게 성교육을 할 때는, 여러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구체적인 대응법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를 반영해 경찰청 등 여러 기관에서 나온 자료에도 구체적인 상황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엄마가 사고 났다며 빨리 병원에 가자는 이모나 삼촌' 의 경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이모나 삼촌이란 낯선 사람과 아는 옆집 이모나 삼촌 모두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쉽게 일어날 수 있는 대표적인 납치, 유괴 유형이며 많은 책에서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참 답답한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제가 이 상황을 제시할 때마다 나오는 어린이들의 대답이 늘 똑같곤 한데요. 우리 어린이들은 이럴 때 '엄마나 아빠에게 전화해 봐요' 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학교에 배포되는 많은 자료들도 그렇고, 인터넷 상에 돌고 있는 많은 자료들이 이렇게 제시하기에 일어난 현상입니다.

문제제기-1

그러나 실제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이렇게 대답하면 어떤 현상이 일어날까요? 제가 아는 21세의 청년이 있습니다. 이 친구는 부유하진 않지만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중산층에 속하는 가정의 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왠 전화가 한통 오면서 지금부터 AS차원으로 핸드폰 통신품질 검사를 위해 앞으로 한시간 동안 전화를 꺼두라는 얘기를 들었다 합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며 핸드폰을 꺼두었다 합니다.


그 후 약 30분쯤 있다가 이 친구가 일하는 사무실 전화가 불이 났습니다. 이 친구의 부모님에게 아들이 납치되었으니 돈을 요구하는 전화가 왔었고, 대번에 보이스피싱으로 의심했던 부모님이 아들에게 전화해보자 실제 전화가 꺼져 있기에 사무실로 확인전화를 했다는 것입니다. 어린이에게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부모님과 자녀가 직접 통화할 수 없도록 다양한 방식의 작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제기-2

두번째로 여기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전화를 하며 보이는 재미난 모습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핸드폰을 꺼내 들면서 뒤로 돌아 걸어나가는 습성입니다. 이는 어린이들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엄마에게 직접 전화하겠다며 핸드폰을 꺼내 뒤를 돌아 한두걸음 이동을 하지요. 그러나 이렇게 되면 아이가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초등학교 5-6학년 아이라고 하면 대개 40kg 내외입니다. 좀 덩치가 있으면 50kg 내외이지요. 성인 남성이면 충분히 뒤돌아 있는 아이의 가슴과 배를 끌어당겨 가까이 세워 둔 차량에 던져 넣을 수 있는 무게입니다. 힘 좋은 남성이라면 대번에 한손으로 마네킹 끌 듯 낚아채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단순히 '아빠나 엄마한테 전화해봐요' 라고 가르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이럴 땐 이렇게 지도하라

그렇다면 이럴 때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현실에서 자녀에게 직접 지도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을 드리도록 하겠으니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아이의 책가방이나 실내화 가방 등에 써놓은 이름을 지우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이들은 자기의 이름을 부르는 어른에게 경계심을 쉽게 푸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 아이에게는 '네 이름은 안다고 하여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다' 는 것을 말씀해 주세요.

두번째로 아빠나 엄마가 사고가 나도 병원에 바로 올 생각을 말고 학교나 학원 등 일상생활 그대로 진행하라 지도하세요. (이 말이 조금 이해가 안 되실 수 있으나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내가 사고가 났다하여 아이가 병원에 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상 거의 없지요. 따라서 이럴 때는 아이가 정상적으로 잘 생활하고, 나중에 친척 어른등과 함께 오면 됩니다.

세번째로 아빠나 엄마에게 전화를 할 때는 상대방과 약 1.5m 이상 떨어진채 상대를 마주보고 전화할 것을 주문하십시오. 이는 상대방의 움직임을 직접 바라보며 한번에 붙잡히지 않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고, 자세를 잡기 위함입니다.

네번째로 아빠나 엄마와 통화가 안 되는 데, 낯선 이모나 삼촌이 가자고 하면 무조건 학교나 학원, 아동 안전 지킴이집으로 갈 것을 얘기해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우리 삼촌, 이모, 형, 누나, 언니, 오빠 등과 함께 갈 것이라며 지금은 안 갈 것이라 얘기하라 주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때, 주의할 것은 아는 이모나 삼촌도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엄마, 아빠와 얘기가 되지 않았고, 우리 아이도 모르면 아는 이모나 삼촌이라해도 굳이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정말 옆집이나 윗집에 사는 이모나 삼촌이 아이를 데려가야 하는 경우라면 미리 아이에게 연락해주시되 문자가 아닌 반드시 전화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자는 누구나 쉽게 위조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아동안전지킴이집 등으로 피신했는 데, 여전히 낯선 이모(또는 아저씨)가 있다면 그 모습이 안 보이더라 하더라도 쉽게 움직이지 말고, 경찰에 신고할 것을 가르치시기 바랍니다. 우리 어린이들은 사람의 모습이 안 보이면 쉽게 자신을 포기하고 떠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납치, 유괴, 성범죄자들은 뒤로 살짝 숨었다 아이가 혼자 나오는 순간을 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럴 때는 아예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다는 것입니다.

정리하며

자, 지금까지 저는 여러 경우의 수를 고려해 다양한 대응법을 제시해 드렸습니다. 좀 내용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아이들은 구체적인 교육이 반복되어 진행되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이렇게만 해도 우리 아이의 성범죄, 납치, 유괴 등의 위험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지요. 아무쪼록 잘 참고하시어 우리 아이들이 범죄자에 의해 두려움에 떨거나 여러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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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들 참 많습니다. 하도 이슈가 되니 검찰도 친절하게 성폭력 예방 10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월쯤이던가요. 서울의 모 검찰청 성폭력범죄대응센터에서 2010년에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던 사건을 분석했던 거지요. 

성폭력 사건 통계화의 함정


검찰이 발표한 이 예방법
은 범행장소,시간,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의 야간을 주의하고요,  성폭력 범죄는 장소를 불문한다 하였습니다. 또 성인의 경우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조심하라 하였습니다. 모르는 관계가 훨씬 많다는 거지요. 이 외에도 음료수를 무심코 마시지 말라 하고, 30대를 조심하라고도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는 초범자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인상 깊네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한 바로는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얘기는 참으로 허무합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얼마전 있었던 76세 노파 성폭행 사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이웃집에 사는 50대 남성이 할머니를 흉기로 위협해 폭력을 행사하며 성폭행한 사건. 피해 할머니는 구타로 인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음) 말하자면 이것들은 하나하나 개별화-통계화시켜 예방법을 제시하다보니 엉뚱한 처방이 나온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라산을 가자해놓고, 백두산으로 가버린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문화나 사고방식, 사건처리 방식 등이 통째로 바뀔 수 있어야 사건이 일어나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고, 사건발생 자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당연시되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인격이 사라져버리게 하며,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마저 'SEXY'를 요구하는 작금의 문화, 또 성매매를 특화시켜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이 현실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무엇을 조언하고 있는가


제가 가장 리얼한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접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제시하는 항목들인데요.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검찰과 피해 생존자들의 세가지 차이점


어떤가요? 앞서 검찰이 제시한 것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지요? 검찰이 발표한 자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자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로 보면 됩니다.

우선 첫째는 사건 발생의 성격을 진단하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는 마치 성폭력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범행의 객관적인 장소나 가해자의 특징이 있는 것 같이 말하고, 특히, 옷차림이 얇으면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말로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 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이것이 매우 치밀한 범죄이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며, 이 사건의 문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사건 발생 후 처리에 대한 얘기가 있고 없고 입니다. 9번과 10번의 경우는 정말 너무도 힘든 성폭력 사건처리 경험을 가진 피해자들의 경험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요즘 경찰이나 검찰의 처리과정이 훨씬 좋아졌다고는 합니다. 하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보니 구체적인 관심을 갖는 분도 늘어나고, 인식도 개선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대체로 냉혹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얼마전 한 성폭행 피해자는 법원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모욕을 느꼈다며 자살을 하고 말았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지요.

끝으로 세번째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해법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만 보면 그 자료에 제시된 지역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 개별 사건을 종합하여 '범죄'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시간, 장소, 때,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너무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즉, 단순한 범죄만을 두고 볼 게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문화와 구조 등 근본적인 원인을 봐야 한다는 거지요.

정리하며

검찰의 자료를 많이 비판했지만 이렇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왕에 뭔가를 하려면 좀 현실적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증언과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요. 이들을 더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니 성폭행 피해자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러한 작은 노력이 가져올 결과가 생각보다 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건을 접근 및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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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이 없어서 교육을 못한다는 학교


어제 왠 낯선 번호의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경상남도에 있는 한 학교의 선생님이셨습니다. 지난 몇 회에 걸쳐 다음 메인에 실린 아동 성폭력에 대한 제 글을 보셨다 합니다. 그리고 지방까지 강의를 올 수 있느냐 물으셨습니다. 저는 당연히 가능하다 하였습니다. 그리고 반가웠습니다. 이 학교는 지금까지 한번도 전문강사를 초청한 적이 없다는 데, 이번에 그 중요성을 느껴 처음으로 해보고자 하신다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국 우리의 통화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선생님께서 학교에 문의한 결과 예산이 없어서 어렵다는 얘기를 들으신 것입니다. 저는 마음이 매우 씁쓸했습니다. 정말로 학교에 예산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 싶어서 입니다. 저는 학부모까지는 아니지만 여러 학교를 다녀봤고, 학교에 따라서는 예산이 없어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정말 예산이 없어서 교육을 못하는 걸까?



한번에 두세가지 주제를 다뤄달라는 학교

제가 겪은 사례를 또 하나 말씀드리겠습니다. 한번은 중학교에 성매매 예방교육을 간 적이 있습니다. 남녀공학이었고, 1년에 10시간씩 정해진 성교육 시간을 못 채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했던 건 45분짜리 교육을 하면서 성매매 예방교육과 양성평등 교육을 동시에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강당에 2-300명의 학생을 모아두고 말이지요.

저는 매우 난감했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두 가지 주제를 다룰 수 없음은 자명합니다. 수박 겉핧기밖에 안된다는 얘기이지요. 또 수백명의 학생을 모아두고 강연을 하면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도 온전한 교육을 할 수 없습니다. 일방적인 전달이 되고, 학생과 호흡을 맞출 수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 같은 건 직접 실습을 해보거나 지도를 그려 보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니 더욱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저의 이런 의견을 말씀드렸더니 학교 선생님 역시 난감해 합니다. 분명 교육자이신 선생님도 동의하는 내용이나 학교 예산이 없다는 거지요. 또 여러 시간을 뺄 수도 없다 하십니다. 예, 이해는 됩니다. 그러면서도 다시 마음이 아프지요. 정말 예산이 없어서 그런 것일까요? 시간이 없어서 45분짜리 교육마저 시간을 줄여달라 얘기하는 걸까요?

어린이집에서 성폭력 예방교육을 하는 필자의 모습. 어린이집은 많지 않은 아이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강의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재밌고, 실질적인 연습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학교 성교육은 학교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

위의 두 사례와 달리 정반대되는 경험을 한 적도 있습니다. 제가 속한 여성회로 의뢰가 왔던 경우입니다. 이 학교 역시 남녀공학의 중학교 였는데요. 이곳은 보건 선생님은 물론 학교장의 의지가 상당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성회 소속 선생님 8명을 동시에 모셨습니다. 각 반마다 1분의 전문강사님이 들어가셨고, 약 2시간동안 교육을 진행하게 하였습니다.

물론 이 학교도 예산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여성회와 교육비를 조정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보건 선생님과 학교장의 의지가 매우 강했습니다. 그래서 예산을 최대한 마련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예, 이러면 저희도 기분이 좋지요.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교육 역시 1개반의 학생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교육하게 되니 보다 효과적이고, 힘은 들어도 보람이 있게 되지요. 허나 문제는 이런 학교가 매우 소수라는 것입니다. 제가 다녀본 학교의 대부분은 앞의 두 사례와 대동소이하였습니다. 

종합정리

저는 예산이 없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어디나 사업을 진행하다보면 조금씩 짜투리 예산을 남겨두게 됩니다. 분명 이건 의지의 문제이지 예산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또 한번 교육을 하면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백명을 한번에 몰아넣고 두세가지 주제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교육의 효과를 온전히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끝으로 이 모든 것의 핵심에 바로 학교장의 의지가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만약 학교장님의 의지가 약하다면 학부모라도 운영위원회 등의 통로를 통해 요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국 교육의 수혜자는 내 자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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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총 5회로 기획되었던 [아동성폭력, 이렇게 예방하자]의 마지막 글입니다. 사실 겨우 5회로 아동 성폭력 예방에 대한 방대한 분야를 다룰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지난 4회동안 저는 좀 더 가까운 곳 즉, 부모님에 대한 부분, 교육의 내용에 관한 부분, 학교에서의 부실한 모습 등을 지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은 그 마지막 편으로서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전체적인 틀 즉, 우리의 의식과 접근법,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사회단체의 요구는 늘 있어왔습니다. 늘 대안을 제시했었고, 정부의 분발을 촉구해왔습니다. 그나마 지난 정부서부터 각 종 성관련 제도가 정비되고, 여러 교육이 시작된 것은 긍정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국회의원 또는 정부관료들 자체가 성의식 또는 성평등 의식이 매우 낮습니다. 우리는 국회의원이 성희롱을 하고, 검사가 성접대를 받으며 경찰청장 관련 인물이 성매매를 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먼저, 처벌 형량도 중요하나 처벌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런 분들이 국가권력의 핵심에 있는 현실 속에서 그 변화를 담보해내기란 하늘의 별따기와 같습니다. 그 분들이 조두순 사건과 김수철 사건 이 후 제시한 것이 거세, 각 종 형량 높이기 입니다. 그러나 저는 묻고 싶습니다. 신고율 자체가 낮고, 신고를 한다해도 기소되어 재판에 이르는 비율이 50%도 채 안되는 데 형량만 높이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요

사형이 있다해서 강력범죄가 없는 게 아니듯 아동 성폭력 형량이 높다하여 예방되는 게 아닙니다. 현행 제도의 가장 큰 맹점은 신고를 해도 피해를 입은 피해당사자와 그 가족이 조사과정에서 더 고통을 당한다는 데 있습니다. 또한 신고를 해도 처벌 자체가 잘 안 된다는 데 있습니다. 나영이만 해도 같은 진술을 몇 번이나 하였다 하지요. 도대체 7-8살 짜리 아동이 얼마나 일관된 진술을 해야한다는 것인지요. 이 시기 아이들은 멀쩡할 때도 말의 앞뒤가 안 맞는 게 정상입니다. 


둘째, 보여주기 행정이 아닌 근본적인 인식변화부터 필요합니다. 

성폭력에는 기본적으로 강자/약자 구도가 깔려 있고, 양성간 성적 불평등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동 성폭력은 여기서 더 나아가 아동의 현실적 모순이 집약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부모 가정에서 성장한 여아들 중에는 친부에 의해 성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에서 방치된 아이들이 그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동 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관점은 그저 '분노'나 '거세' 만으로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이건 마치 맹장이 터졌는 데, 배에 파스를 붙이는 것과 같은 근본적이지도 않고, 처방 자체도 틀린 접근입니다.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접근은 '아동인권'이란 큰 틀에서 접근해 가야만 합니다. 아동의 인권을 보호하는 구조를 만들어 가며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근본적인 처방이 가능합니다. 


셋째, 국가적 마스터 플랜이 필요합니다.

이런 맥락 위에서 국가적 마스터 플랜이 구상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지난 여러 사건 이 후 국회에 각 종 법률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습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처벌 위주일 뿐이었고, 개별적이었습니다. 근본적으로 아동의 인권이란 큰 틀이 없었고, 보다 유기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연구가 부족했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비슷한 시스템이 가동 중에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1970년 대부터 시작되어 심지어 온라인상에서의 문제까지 관리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늦은 거지요. 또 그 범위도 매우 한정적입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이렇게 아동인권부터 시작하는 종합관리시스템국가라는 중앙핵심기구가 없으면 유지-지속될 수가 없습니다.


종합정리

'아동 성폭력'은 심각한 '아동학대'입니다. 따라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이란 아동학대를 방지할 수 있는 구조가 없다면 공허한 말장난에 불과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1년에 40분짜리 예방교육을 강당에 수백명씩 모아놓고 진행하는 정도입니다. 

이제는 정말 대중에게 관심이나 받으려 하는 개별정책이 아니라 국가적으로 종합 관리 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랜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문제가 생겼을 때 신고를 하면 피해자가 배려되는 조사가 되고, 피해자가 마음 놓고 치료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동 성범죄 전문가 양성이 시급합니다. 아동의 특성과 여성 피해자의 심리를 고려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조사방식은 2차 피해를 만들어 낼 뿐입니다. 아이들의 말은 원래 앞뒤가 안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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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가 만연한 세상을 탓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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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성교육 강의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게 됩니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와 직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 나머지 유독 마음이 더 쓰이는 곳은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어린이집이 그것인데요. 어린이집에 갈 때는 좀 더 강의준비에 신경쓰게 되고, 괜히 마음이 가는..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1.아이들의 순수함!

아이들의 순수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특히, 수십명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주시하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이들과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괜히 저도 더 순수해진 것 같고, 더 어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더 느끼게 됩니다. 어린이집에 있는 약 3-7세의 아이들의 대답과 목소리는 우리의 그것을 넘어섭니다. 꼭 천장이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시끄러운 소음이라기보다 굉장한 에너지가 내게 전달되는 게 느껴지지요.


2.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여느 교육처럼 성교육도 그 시기에 따른 학습을 잘 진행해줘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 시킬 수 있도록 해줘야하고, 연령에 따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줘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노출되는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성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배려와 이타의 교육이란 점을 보면 인성교육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허나 아쉽게도 우리 현실은 인성보다는 방법론에 더 치우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최근 아동성폭력의 특징은 갈수록 그 보고가 증가함은 물론 매우 잔인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잘 모르거나 흔히 말하는 '나쁘고, 무서운 어른'이 아닌 '친족'을 포함한 '아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교육에서 간과할 수 없고, 때때로 모든 어른을 의심하고, 경계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걸 아예 빼버릴 수도 없고, 강의를 의뢰한 측에서 자세한 지도를 요구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지요...


3.사명감!

대학시절 저는 세상을 바꾸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은 한 사람의 힘이 출발점이 될 수는 있으나 모든 걸 바꿔낼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내 자신을 바꿔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내 자신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세상도 보고,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성폭력 예방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교육으로 세상의 모든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당장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 성폭력을 줄이고, 없애나가는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교육을 통해 성장한 또 다른 가지가 또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요.

더욱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다바쳐 교육하고 싶은 맘이 듭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며,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에너지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주 역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스케쥴이 잡혀 있습니다. 새롭게 만날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 거립니다. 또 딸아이 역시 5세이기에 녀석들이 모두 제 자식처럼만 느껴져 애틋합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이 두근거림과 애틋함이 현실에 대한 씁쓸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하루 속히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마음편히 자신의 꿈을 펼치며 뛰어 놀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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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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