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를 통해 아동 성범죄 및 가해자의 처벌에 관한 논의가 뜨겁지요. 그런데 이런 와중에 아동 성폭력 피해아동을 추궁한 변호사에 관련한 기사가 보입니다. 사건은 공부방에 왔던 당시 10세의 여자 아이를 성추행한 현직 목사에 대한 건이었는데요. 재판정에서 변호인은 13세의 피해자를 불러내 (검찰측에 따르면) '오버'를 했고, 피해아동은 2차 피해를 입으며 결국 법정에서 눈물을 쏟아 내고 말았다는 것입니다. 변호인에 따르면 본인은 상처가 될 만한 질문은 하지 않았다 하고,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려서 확인을 하려했다 합니다.

네, 그럴 수 있지요. 변호사이니 자신에게 사건을 의뢰한 사람을 적극 변호해야 하고, 그래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성인에 관련할 때만 이해를 받을 수 있을 수 있는 얘기입니다. 아동은 원래 진술이 오락가락 하는 게 맞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 사건은 벌써 시간이 3년이나 된 경우입니다. 이 정도 시간이면 어른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합니다. 지금 독자님께서는 작년 이 맘때 있었던 일이 기억나십니까? 그렇지 않을 겝니다. 하물며 어린 아이는 어떠할까요..

두번째로 문제가 되는 건, 왜 피해 아동을 가해자와 직접 대면하게 했느냐는 것입니다. 독자님께서는 혹시 어릴 적 싸움을 하다 나를 이겼던 친구를 시간이 지나 만나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저는 오랜 시간 태권도 수련을 하며 싸움도 잘 했지만, 그래도 저 보다 강한 친구가 늘 한두명쯤은 있었지요. 한번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우리 학교 싸움짱이란 애와 싸우다 많이 맞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이 친구를 다시 만났는데요. 당시 제 가슴이 '철렁~' 하고 내려 앉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린 아이들은 어떠할까요? 운동을 오랫동안 한 남성도 이러한 데, 겨우 13세짜리 여자 아이가 아주 편안하고, 차분한 마음으로 진술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마음이 불안해지면 알고 있던 것도 잊게 되고, 사실을 얘기하면서도 혼란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 아동을 법정에 세우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요약하자면, 어린이의 특성상 진술의 일관성이 당연히 없는 게 맞고, 가해자와 대면시 2차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을 비롯 우리 나라는 비디오 중계기나 비디오 진술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도대체 이 법정에서 왜 이러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각 지법별로 성폭력 전담 재판부도 있는 데 말이지요.

사건의 정황을 계속 살펴보니, 이 사건의 경우는 초동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비디오 녹화를 제대로 해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은 전국 어디에나 성폭력 상담소나 해바라기 아동센터 같은 곳에 전문가가 있는 데, 왜 이들의 도움을 통해 비디오 녹화를 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게다가 3년전이라면 2008년 조두순 사건 이 후 아동 성폭력에 대한 분노와 관심 등이 최고조에 이를 때라 경찰이 '비디오 녹화'를 몰랐을리도 없었을 텐데 말이지요. 이것이 문제이지요. 제 견해로는 경찰의 초동수사는 부실했던 것이 맞습니다. 

언젠가 제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설명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피해자 중심주의는 피해자의 말이 무조건 모두 맞다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과 상처를 충분히 고려하고, 배려하며 사건을 처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동 성폭력은 더욱 이러한 '피해자 중심주의'가 관철되어야 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어떤 피해 아동의 부모가 가해자를 신고하고, 재판을 통해 처벌하고자 하겠습니까. 

개인적으로 저는 경찰과 법조계가 좀 더 성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동 성범죄는 법조항을 많이 외우고, 범인을 잘 잡는다하여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물론 경찰이나 법조계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해야 겠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 있어서 피해자가 또 다시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할 수 있는 과정이 요청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수준의 성감수성으로는 피해자의 원한을 풀어주기는 커녕 상처만 더 입히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추천은 블로거에게 힘이 됩니다. 손가락 버튼 한방 눌러주는 센스!

P.S : 이번 달 20일이 논문제출 기한이라 포스팅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320여명의 독자님께 거듭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이번 논문 통과될 때 까지만 이해 좀 부탁드리겠습니다(--)(__)


,



성폭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분들 참 많습니다. 하도 이슈가 되니 검찰도 친절하게 성폭력 예방 10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지난 2월쯤이던가요. 서울의 모 검찰청 성폭력범죄대응센터에서 2010년에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던 사건을 분석했던 거지요. 

성폭력 사건 통계화의 함정


검찰이 발표한 이 예방법
은 범행장소,시간, 대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의의가 있습니다. 늦봄에서 여름 사이의 야간을 주의하고요,  성폭력 범죄는 장소를 불문한다 하였습니다. 또 성인의 경우 아는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을 조심하라 하였습니다. 모르는 관계가 훨씬 많다는 거지요. 이 외에도 음료수를 무심코 마시지 말라 하고, 30대를 조심하라고도 합니다. 어린이의 경우는 초범자를 조심하라는 얘기가 인상 깊네요. 서울지방검찰청에서 조사한 바로는 동종 전과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합니다.

그러나 사실 이같은 얘기는 참으로 허무합니다. 저 논리대로라면 얼마전 있었던 76세 노파 성폭행 사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요? (이웃집에 사는 50대 남성이 할머니를 흉기로 위협해 폭력을 행사하며 성폭행한 사건. 피해 할머니는 구타로 인해 전치 6주의 상해를 입음) 말하자면 이것들은 하나하나 개별화-통계화시켜 예방법을 제시하다보니 엉뚱한 처방이 나온 것이란 얘기입니다. 한라산을 가자해놓고, 백두산으로 가버린 형국이라고나 할까요.

성폭력 사건은 우리 사회의 문화나 사고방식, 사건처리 방식 등이 통째로 바뀔 수 있어야 사건이 일어나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고, 사건발생 자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성역할이 당연시되고, 여성의 몸을 대상화하여 인격이 사라져버리게 하며, 아동이나 청소년에게마저 'SEXY'를 요구하는 작금의 문화, 또 성매매를 특화시켜야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이 현실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은 무엇을 조언하고 있는가


제가 가장 리얼한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성폭력 예방 십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직접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제시하는 항목들인데요. 아래의 그림을 한번 보도록 하지요.

 

검찰과 피해 생존자들의 세가지 차이점


어떤가요? 앞서 검찰이 제시한 것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르지요? 검찰이 발표한 자료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자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세 가지로 보면 됩니다.

우선 첫째는 사건 발생의 성격을 진단하는 관점이 전혀 다르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는 마치 성폭력 사건이 '우연히' 일어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범행의 객관적인 장소나 가해자의 특징이 있는 것 같이 말하고, 특히, 옷차림이 얇으면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말로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 적 관점을 갖고 있다는 거지요.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경우 이것이 매우 치밀한 범죄이고,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며, 이 사건의 문제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사건 발생 후 처리에 대한 얘기가 있고 없고 입니다. 9번과 10번의 경우는 정말 너무도 힘든 성폭력 사건처리 경험을 가진 피해자들의 경험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물론 요즘 경찰이나 검찰의 처리과정이 훨씬 좋아졌다고는 합니다. 하도 사회적인 이슈가 되다보니 구체적인 관심을 갖는 분도 늘어나고, 인식도 개선된 것이겠지요.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대체로 냉혹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시다시피 얼마전 한 성폭행 피해자는 법원 재판과정에서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듯한 모욕을 느꼈다며 자살을 하고 말았던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지요.

끝으로 세번째는 성폭력 예방을 위한 해법에 차이가 있다는 겁니다. 검찰의 자료만 보면 그 자료에 제시된 지역만 조심하면 될 것 같습니다. 각 개별 사건을 종합하여 '범죄'의 문제로만 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하지만 성폭력상담소의 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시간, 장소, 때, 나이 등을 가리지 않고 너무도 일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즉, 단순한 범죄만을 두고 볼 게 아니라 성차별적 사회문화와 구조 등 근본적인 원인을 봐야 한다는 거지요.

정리하며

검찰의 자료를 많이 비판했지만 이렇게 좀 더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까지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왕에 뭔가를 하려면 좀 현실적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의 증언과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지요. 이들을 더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하니 성폭행 피해자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검찰은 이러한 작은 노력이 가져올 결과가 생각보다 거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사건을 접근 및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성교육 강의의뢰가 꾸준히 들어오게 됩니다.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와 직장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저도 사람인 나머지 유독 마음이 더 쓰이는 곳은 있기 마련입니다. 바로 어린이집이 그것인데요. 어린이집에 갈 때는 좀 더 강의준비에 신경쓰게 되고, 괜히 마음이 가는..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 


1.아이들의 순수함!

아이들의 순수함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특히, 수십명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주시하는 걸 보면 저도 모르게 이들과 하나가 되어 버립니다. 괜히 저도 더 순수해진 것 같고, 더 어려진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는 아이들의 반응을 보며 더 느끼게 됩니다. 어린이집에 있는 약 3-7세의 아이들의 대답과 목소리는 우리의 그것을 넘어섭니다. 꼭 천장이 날아갈 것만 같습니다. 시끄러운 소음이라기보다 굉장한 에너지가 내게 전달되는 게 느껴지지요.


2.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여느 교육처럼 성교육도 그 시기에 따른 학습을 잘 진행해줘야 합니다. 특히, 성폭력 예방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내면화 시킬 수 있도록 해줘야하고, 연령에 따라 계속해서 업그레이드 해줘야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노출되는 상황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성폭력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들이 자신을 스스로 지키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배려와 이타의 교육이란 점을 보면 인성교육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허나 아쉽게도 우리 현실은 인성보다는 방법론에 더 치우칠 수 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최근 아동성폭력의 특징은 갈수록 그 보고가 증가함은 물론 매우 잔인해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한 잘 모르거나 흔히 말하는 '나쁘고, 무서운 어른'이 아닌 '친족'을 포함한 '아는 사람'이 가해자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 부분을 교육에서 간과할 수 없고, 때때로 모든 어른을 의심하고, 경계하게 하는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지요. 

문제는 이걸 아예 빼버릴 수도 없고, 강의를 의뢰한 측에서 자세한 지도를 요구하는 현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지요...


3.사명감!

대학시절 저는 세상을 바꾸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은 한 사람의 힘이 출발점이 될 수는 있으나 모든 걸 바꿔낼 수 있는 그런 단순한 곳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내 자신을 바꿔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허나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고 있다는 건 아닙니다. 내 자신을 볼 줄 아는 사람만이 세상도 보고, 바꿔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저는 이런 생각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이 글의 주제인 성폭력 예방교육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교육으로 세상의 모든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당장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이 노력이 성폭력을 줄이고, 없애나가는 출발점이자 씨앗이 될 거란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교육을 통해 성장한 또 다른 가지가 또 다른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되겠지요.

더욱 사명감을 느끼게 되는 대목입니다.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다바쳐 교육하고 싶은 맘이 듭니다. 특히, 어린이들이 자신을 더욱 사랑하고, 남을 존중하며, 그 소중하고 아름다운 생명과 에너지를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정리하며

이번 주 역시 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스케쥴이 잡혀 있습니다. 새롭게 만날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쿵쾅 거립니다. 또 딸아이 역시 5세이기에 녀석들이 모두 제 자식처럼만 느껴져 애틋합니다. 허나 그러면서도 이 두근거림과 애틋함이 현실에 대한 씁쓸함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하루 속히 이 땅의 어린이들이 마음편히 자신의 꿈을 펼치며 뛰어 놀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
BLOG main image
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by 바람몰이

카테고리

큰 머리 제목 (1160)
[성교육] 학교 교육용 영상 (0)
[LIFE]이 남자의 인생 (193)
[LIFE]몸짱 프로젝트 (21)
[LIFE]여유와 지혜의 장 (63)
[LIFE]육아 이야기 (3)
[교육]자녀교육 한마당 (73)
[안전] 안전교육 (49)
[안전] 응급처치 (18)
[성교육]생생 강의현장 (37)
[성교육]성교육 이야기 (177)
[성교육]낯설게 바라보기 (79)
[문화]방송,영화,격투기 (102)
[문화]신바람 자동차 (78)
[문화]블로그 인생 (24)
[기독교]하늘바람몰이 (87)
[기독교]변해야 산다 (35)
[경제]주식투자종목분석 (23)
[시사]세상살이 (82)
리뷰 아르바이트 (7)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TNM Media textcube get rss
바람몰이's Blog is powered by Tistory. Designed by Qwer999. Supported by TNM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