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학창시절dp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초등 4학년 때 교육에서는 왠 비디오 한두번 본 정도이구요. 중학교 때는 보건 선생님께서 하셨는 데, 친구들이 워낙 장난이 심해 거의 배운 게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3년 동안 단 1회 받은 기억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요즘은 어떨까요? 제가 성교육을 하러 다니는 사람이지만 큰 확신이 없습니다. 며칠씩 밤을 새워 준비해가도 그렇습니다. 아마도 이건 저만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2005년 서울 지역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적이 있습니다. 이 때 아이들은 남학생 80.3% 여학생 80.2%가 학교 성교육에 대해 불만족하고 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정부에서 지난 해 조사한 결과를 봐도 비슷합니다. 학교에서 받은 성교육이 성적위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 약 32%정도의 학생만이 그렇다고 대답했고,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 또는 잘 모르겠다를 선택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성교육의 내용과 진행방식의 문제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아무리 뛰어난 강사라도 한번에 몇 백명씩 강당에 모아두고, 두세개의 주제(예 : 성폭력 예방+양성평등)를 한번에 다루려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강당 끝에 있는 학생들은 소리가 울리기도 하여 집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지요.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을 데려다놓고 가버리시는 경우가 많아 처음 방문한 강사 혼자 상황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내용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교육을 해줘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위의 정부조사에서 아이들이 불만족 또는 잘 모르겠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학년별 성교육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즉, 해마다 반복된다는 거지요. 두번째는 성교육 교재가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뭔가 아이들의 needs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지금의 이런 모습이 바뀌어야 한다 생각합니다.
성교육은 양성평등, 성희롱 예방, 성매매 예방, 성폭력 예방교육 등 크게 4개 분야로 나뉘는 복잡한 교육입니다. 각 분야만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수회 진행을 해줘야 합니다. 따라서 여유있는 교육 시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강당에 수백명씩 모아놓고 진행하는 게 아니라 각 반별로 1명씩 강사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학생의 눈을 보고 직접 살아있는 강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서른명의 학생과 한시간동안 대화하는 교육과 일방적으로 수백명의 학생에게 전달하는 교육이 가져올 결과는 분명히 다릅니다.
세번째로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올해 모 대학에서 나온 논문을 보니 아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성폭력 대처방법, 이성친구와의 문제, 좋은 배우자, 잘못된 성행동의 종류 등 관계성에 대한 내용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즉, 아이들의 1차적 관심은 이성관계 같은 현실에서 겪는 직접적인 문제라는 것입니다.
실제 제가 중고생에게 진행했던 성교육 중 가장 집중력과 호응도가 높았던 것은 성폭력 예방교육 중 데이트 성폭력에 관한 주제였습니다. 이 때 저는 좋은 남자친구, 여자친구는 누구인가와 커플간 성평등한 관계성에 대한 언급을 했었는 데, 당시 학생들의 눈이 반짝반짝 해진 것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성교육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어려움과 부담을 느끼지만 전문강사를 초빙하거나 어른인 우리가 먼저 공부할 생각은 안 합니다. 그러니 아이들이 이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거나 일방적인 관계성을 가지게 됩니다. 또 정확한 성지식이 없어 미혼모와 낙태 문제 등이 나오게 됩니다. 아이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관계성 훈련과 교육시간 확보, 예산 확보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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