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는 방송출연을 다섯차례 거절한 사연을 올렸습니다. 당시 저는 m본부와의 관계로 방송에 대한 안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고, 이 후 몇 차례 출연제의를 거절했다는 게 그 요지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또 다시 방송국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도 방송을 출연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K본부의 평일 오전 시사교양프로그램의 최강자로 수년간을 지내온 것이었습니다. 저희 집 어른들도 즐겨 보시던 프로였고, 아마 주부들께서는 한번쯤 모두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공신력이 있고, 상당한 이름이 있는 프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 전화를 받고 저는 또 다시 망설였습니다. 물론 작가님의 간곡한 부탁도 있었고, 방송자체가 워낙 제가 호감이 있는 프로입니다. 또 주제 역시 맘에 들었었습니다(주제는 "살림하는 남편"이란 것이었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양성평등"이란 큰 틀이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러나  이건 저 혼자 출연하는 게 아니라 아내까지 함께 "부부동반"으로 출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방송출연에 대한 너무도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혼자 결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상의 후 연락 주겠다 하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오랜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얘기도 해보고, 주제에 대한 얘기도 해보았습니다. 아내의 경우 출산한지 한달 밖에 안되었기에 아이 문제며 아내 건강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밤 늦게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는 이튿날 출연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 후 아내는 좀 들떴던 것 같습니다. 미용실에 가서 무려 1만 2천원(!)짜리 커트를 하고 왔더군요. 평소같으면 제가 뭐라 했을 수 있으나(저는 6천원짜리 이상 해본 적이 없음), 방송도 있고, 오랜만에 머리도 하고 왔으니 기분전환도 되었겠다 싶어 넘어 갔습니다.

또 저 역시 이래저래 바빴습니다. 이번 주 금요일(내일)에 사전 인터뷰가 있었고, 당장 다음 주 수요일에 생방송을 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얘기를 해볼까 계속 고민했고, 이번 주와 다음 주 스케쥴 조절을 해야만 했습니다. 끝으로 가까운 소수이긴 하나 지인께 알려 기도를 부탁하기도 했지요.

하지만 이게 웬일입니까. 갑자기 어제 오후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금요일 인터뷰 시간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건 제 생각일 뿐이었지요. 갑자기 내부 회의 결과 좀 더 나이드신 분을 섭외했으면 하는 얘기가 나와 제가 출연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좀 황당했습니다. 처음 간곡히 출연부탁을 하던 때는 언제인데, 이제 와서 "나이" 때문에 출연을 거절하다니요....그러려면 아예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요. 출연자에 대한 사전조사도 없이 전화하다니 말입니다. 말하자면 너무 납득하기 힘든 이유라는 것입니다. 마치 저를 갖고 놀았다는 조금 심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낚였다"라고나 할까요...

결국 저는 몇 안되기는 하나 지인들께 실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말하지 않고, 어제 얘기했는 데, 오후에 바로 안된다는 결정이 나버렸으니 말입니다. 또한 스케쥴 조정을 모두 또 다시 해야하게 되었습니다. 하하, 저와 제 아내의 시간은 누가 책임져 주나요...

이제 저는 방송출연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이렇게 오랜시간 방송되며 상당한 이름이 있는 프로그램도 출연자를 이렇게 섭섭하게 대우할 수 있다는 데 놀라기도 했습니다.
방송출연으로 몇 차례 하나 같이 안좋은 경험을 하고 나니, 블로거가 방송출연하게 되었다고 썩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잘 붙들고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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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블로그를 쉬면서도 보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그 동안 축적해 놓은 글을 보고 여기저기서 연락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방송국에서 연락 올 때는 마치 제가 유명인이 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켰습니다.

제게 연락이 온 방송 프로그램은 총 5군데 였습니다. 모두 이름만 대도 알 만한 곳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에 제안이 온 것은 제가 매우 좋아하고, 상당한 퀄리티가 있다 생각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제안을 모두 거절하였습니다.

사실 방송출연 제의는 블로거로써는 굉장히 매력적인 것이었습니다. 블로그 홍보도 되고, 특히 저는 성평등(성교육)강사로 한창 활동 중이었기에 매우 강력한 홍보 수단도 될 수 있었습니다. 실제 제가 좋아하는 어떤 블로거께서는 방송출연을 하셨고, 저 역시 매우 축하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 이 제안들을 좋게 받아들였습니다. 처음 제안이 왔던 프로그램은 직접 방송국에 가서 인터뷰까지 마쳤더랬습니다. 설 특집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이라 좀 급하게 되었다 하길래 바쁜 시간을 쪼개어 먼 곳까지 갔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차까지 보내 주었었지요. 따뜻한 커피도 내주었습니다. 설문지 작성도 하고, 얘기도 나눴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된다 어쩐다 하는 연락이 없었습니다. 방송이 되든 안되든 상황 설명이 있어야 하는 데 자신들의 필요가 없어지니 아예 연락이 없었던 거지요. 제 기분은 마치 토사구팽 당한 심정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후 4회 더 다른 프로그램에서 작가가 직접 전화를 걸거나 이메일을 보내왔습니다. 그 때 마다 저는 이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네는 그러지 않는다 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메일을 보냈을 때 그들 중 일부는 역시 알겠다는 답장 한번이 없었습니다.

이 후 저는 방송국의 방송출연 제의에 대한 회의가 들었습니다. 또 그들의 신뢰성이나 도덕성에 대해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요즘 저는 오랜만에 다시 블로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다니던 시민단체(여성회)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제게 이런 제안이 올지 않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처럼 다시 열심히 블로깅을 하다보면-글 한편에 최소 2시간 소요-뭔가 반응이 올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계속 방송출연을 거절하고 싶습니다. 별로 좋지 않았던 여러 차례의 경험도 있고, 글의 질로 다시 승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습니다. 하하, 물론 그 결과를 장담하긴 어려워 보이긴 하네요..ㅡ.ㅡ;;;

P.S : 아무튼 혹여라도 방송출연이 오거나 마음이 있으신 분들은 작가님들과 얘기를 매우 자세히, 잘 해보시기 바랍니다. 처음과 나중이 꼭 일치하지만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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