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신기한 모습을 보았다

저희 집에는 아이가 둘 있습니다. 또 얼마 있지 않아 한 아이가 더 나올 것 같습니다. 하하, 이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모범적인 가정이지요 ^^.

집에 아이가 많다보니 재미난 풍경을 자주 봅니다. 우선 큰 아이는 제가 저녁 준비를 할 때 늘 제 다리 곁에 서있습니다. 음식 재료 정리하는 걸 도와 주기도 하고, 중간중간 맛난 재료를 얻어 먹곤 하지요. 둘째 녀석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밥먹자~'하면 잽싸게 뛰어 오곤 합니다. 셋째 녀석은 아직 엄마 뱃속에 있는 터라 엄마를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합니다. 휴, 이것저것 먹고 싶어 하는 게 얼마나 많은지요.

만약 이 세 아이의 요구를 즉시 들어주지 않으면 난리가 납니다. 제 가정교육은 늘 '기다려' 부터 시작되는 데요. 다른 건 다 잘 되도 먹을 걸 앞에 두고는 쉽지가 않습니다. 특히, 둘째 녀석은 이제 겨우 17개월이다보니 참 어렵습니다. 밥 달라고 울어대는 게 보통이 아니지요.

그런데 요즘은 참 희한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저희 집처럼 아이들이 '밥 달라 우는 경우'는 많아도 '밥 안 주겠다 우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의 눈물, 악어의 눈물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번 투표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보도되었듯 오세훈 시장의 당선득표수 자체가 턱없이 부족하고, 지난 수해로 인해 자신의 지지기반이었던 강남권의 민심이 이탈한 것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게다가 더 큰 이유는 오세훈 시장에게서 별다른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거지요.

만약 그가 진심으로 무상급식 문제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 본다면, 그는 진즉에 자신의 정치인생을 걸었어야 합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남들 모두 신경도 쓰지 않는 '대권출마'얘기를 꺼내다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그때서야 '시장직'을 걸었지요. 특히, 여기서 그가 건 '시장직'은 한 정책을 통해 자기 맘대로 놓아버릴 수 있는 '개인적인 자리'가 아닙니다. 하다못해 학급 반장도 임기를 채워야 끝나지 자기 맘대로 하기 싫다고 놓을 수 있는 건 아니란 얘기입니다.

두번째로 그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 같기 때문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용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어갈 때도, 엄청난 폭우로 수많은 시민의 재산상 손실을 입어도 끄떡없는 강한 분이었습니다. 보수권에서 그렇게 중요시하는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그랬지요. 연평도가 그리 처참히 무너질 때도 그의 눈물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무상급식 문제로 무릎까지 꿇어버리니 이런 느낌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않냐는 것입니다.

주민투표가 성사되었으면 하는 이유

그러나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저는 투표가 성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선, 너무도 식어버린 정치현안에 대한 관심이 회복되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각 종 투표율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지요. 심지어 대통령 선거마저 그렇습니다. 이렇게 정치에 무관심해버리면 민심이 쉽게 왜곡되고, 정치는 후퇴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두번째는 투표를 통해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게 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오세훈 시장은 이 투표에 자신의 정치인생을 건다 하였습니다. 그러면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게 해야지요. 정치인이 습관처럼 내뱉고, 철회하는 습성은 이제 사라져야 할 것이고, 따라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오세훈 시장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끝으로 마지막은 기권도 권리이나 좀 더 적극적인 권리행사를 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꼭 투표를 해야하는 것이라 생각치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는 소극적 권리행사란 생각이 듭니다. 기왕이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정리하며

저는 서울 시민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투표에 관심이 많이 갑니다. 항상 서울은 우리 나라 정책시행의 모델이자 선구자적 역할을 했기에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지요. 또한 이번 투표를 통해 유명 정치인의 정치인생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전망하는 것도 참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끝으로 우리의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는 없으나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아이들의 오늘을 먼저 생각하는 방향으로 정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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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인이 실린 것을 방금 확인하였습니다. 부족한 글에 대한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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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부자급식' 논란이란 부유한 계층의 아이들에게까지 급식을 한다는 게 예산낭비이자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란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허나 따져볼 문제입니다. 여야의 힘겨루기를 떠나,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을 논하기 앞서, 도대체 '부자급식'이란 말 자체가 문제가 있지 않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말을 하는 분들 자체가 저소득층으로 살아보지 않았기에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이른바 조손가정에서 자라며 쉽지 않은 생활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주는 혜택을 여럿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마다 저는 학교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그 이유는 친구들의 눈빛 때문이었지요. 밥을 굶는 것보다 나를 거지처럼 보는 친구들의 그 눈빛이 가장 싫었던 것이지요. 고등학교 쯤 가서는 아무런 부끄럼 없이 이렇게 받을 수 있는 혜택을 다 받는 게 똑똑한 것이라며 자위했지만 실상 제 맘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친구들과 똑같이 함께 지내지 못하고 나만 뭔가 혜택을 본다는 건 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자아존중감'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었습니다.

비단 저 뿐이 아닐 것입니다. 아마 지금도 여러 선별적 혜택을 '공개적'으로 보게 되는 많은 어린이가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른이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어린이'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그 누가 겨우 10살짜리 아이에게 '네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격지심이야'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 누가 '이런 혜택 보는 걸 부끄러워하지마'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런 마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매우 미묘하고도, 서글픈 그런 것입니다.

아이들 사이의 차별을 두어 누구는 공짜밥을 먹고, 누구는 돈을 내고 먹게 한다는 것 자체가 바로 '차별'이자 '반교육'이란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히 '애들 밥먹여주기'가 아닌 그 자체가 바로 '교육'이자 대한민국 아이들의 '권리'인 것이지요. 부자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를 갈라 선별적 교육을 하면 안 되듯 급식 역시 함께 해야할 문제입니다.

여기서 좀 더 참고 할 수 있는 것은 무상급식에 대한 대내외적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만 해도-복지 후진국이라는-무상급식을 실시한다 하지요. 공화당도 별 반대가 없다 하구요. 또 우리 나라만해도 과천, 성남 등 한나라당 출신 지자체장이 있는 여러 도시에서 무상급식을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도시들과 선진국에서는 부자가 없어서 무상급식을 하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밥을 먹는 것은 '권리'이자 '교육'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현재 서울시에는 급식비를 못내어 밥을 못 먹는 친구들이 2만명이 넘는다 합니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지요. 서울시 혼자 돈을 내라는 것도 아니고 교육청, 구청, 서울시가 함께 분담하여 내자는 데, 이 정도는 여야를 떠나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런지요.

선별적 복지가 필요한 곳은 선별적 복지를 해야하지만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인 교육에서만큼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보편적 복지가 진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마음과는 전혀 상관없는 '부자급식'이란 말은 그 자체가 이미 '가진 자리'에서 나온 단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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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몰이
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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