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은 미역국에 떡갈비였습니다. 미역국은 아내가 어제 끓여준 것이고, 떡갈비는 오늘 제가 했습니다. 고기를 다진 것까지는 아니구요. 좋은 재료를 구해서 맛나게 굽는 것 정도를 했습니다. 그리고 설거지까지 완료!

그런데 설거지를 하는 데 문득 참 재미난 생각이 들더군요. 많은 남편들이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 이유가 생각났던 것입니다.

참 그렇지요. 오랜만에 큰 맘 먹고(?) 요리며 설거지까지 완벽하게 한 것 같은 데, 꼭 나중에 보면 말이 나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


1.꼭 티를 낸다

가만보면 집안일을 자주 안하는 남편일 수록 티를 냅니다. 뭐 내가 맘만 먹으면 잘 하는 데 한번 해줘버릇하면 고마운 줄을 모른다나 어쩐다나...또는 원래 고수는 함부로 나서는 게 아니라나...ㅋ

사실 저도 여기서 그리 자유롭진 않은데요 ^^;; 살림을 그렇게 하면서도 아직도 이런 맘이 듭니다. 아무래도 저 역시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 건데, 내가 특별히 수고를 하고 있다...는 식의 사고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ㅠ.ㅜ;;

만화 "짱"의 한장면을 수정, 편집.



2.뒷정리가 깔끔하지 못하다

이게 참 문제입니다. 일단 일을 벌려놓는 것까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뒷 정리까지 했다는 모습을 보면 시원치가 않습니다. 그러니 꼭 아내들이 다시 뒷정리를 싹~다시 하게 되지요. 말하자면 일을 두번 하게 한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참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군대서는 그렇게 각을 잡던 사람도 살림만 하면 그런 것 같습니다. 평소에 손이 익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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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회성 이벤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지요. 하지만 맞벌이 가정조차 가사분담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언뜻 잘 이해가 안되지요? 예, 그렇습니다. 실제 이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해보면 대부분의 부부가 당연한 얘기를 한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지요. 서울여성가족재단의 보고서를 보면 아내의 경우 남편보다 직장과 집안에서의 노동시간을 합한 결과 최소 1시간 38분 이상 많은 것으로 나오더군요. 즉, 여전히 가사는 여성의 영역이란 생각이 지배적이고, 남편의 가사분담에 지속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입니다.


4.꼭 하라는 것만 한다

설거지를 해달라하면 정말 설거지만 합니다. 설거지를 하면 자연스레 씽크대도 닦고, 가스렌지 등에 묻은 오물도 함께 처리해줘야 하는 데, 정말 설거지만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우스갯소리 하나 할까요? 제 아내가 들려준 얘기인데요. 어느 가정에서 부인이 남편에게 애를 좀 봐달라 했다 합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자신 있게 알겠다고 했지요.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막 울더랍니다. 알고보니 정말 아기를 보고만 있더란 것이죠 ^^;;


                         영화 <아더와 미니모이>를 보면 수백살 먹은 "어른 아이"가 많이도 나온다.

정리하며

평소에 어떻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평소에 잘 안하다 하려면 손에 익숙치가 않지요. 그러니 뭔가 허술해 보이게 됩니다. 어차피 서로 맞벌이 하느라 똑같이 힘든 요즘입니다. 서로 가사를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겠지요.

다만 바람이 하나 있다면, 아내분들께서도 남편의 허술함을 이해해주시면 합니다. 우리는 참 이런 데 익숙치 않은 문화에서 성장했습니다. 어수룩한게 당연하다는 거지요. 하나씩 하나씩 나아지고, 변해가는 것이니 기왕이면 좋은 말로 격려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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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나도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시작한 수학 강사 생활에 제법 짭짤한 수입을 얻었고,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도 있었다. 학원생활을 접고 난 후에도 한동안 내 이름은 살아 있었다. 부천으로 이사한 후에도 안산, 화성, 수원 등에서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때 아내는 가장 힘들었다는 얘기를 한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밤 늦게 돌아오는 나는 늘 여유가 없었다. 집에서는 축 쳐져 있었고, 아내와의 대화는 갈 수록 줄어들며, 겨우 말문이 트여도 늘 짜증으로 마무리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었다.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었다. 물론 당시 너무 어리기도 했지만 아빠 얼굴을 몰라 잠시만 안아도 울어대는 통에 내 마음이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이 때 나는 매우 중대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 가정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질 충족을 통한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생각을 하였었다. 이걸 놓치면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없고, 내일도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물질적 여유 없이 마음의 여유가 쉽게 허락될리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님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나는 이 모든 일을 그만 두었다. 물론 허리 수술 부위의 재발이 직접적인 이유였지만 이런 삶이 계속 되었다간 가정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또한 갈수록 피폐해져 가는 내 영혼을 바라보며 이것은 사람이 사는 삶이 아니라는 회의감이 들었다.

당연히 수입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부족분은 아내의 취직으로 충당하고 있다. 나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혼자 아이를 돌봐야 하는 모습을 보며 미안함에 늘 마음이 짠..하다. 

그래도 아내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한다. 훨씬 더 여유로워진 내가 좋다한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아이를 안아주며,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하는 내가 더 좋다 한다. 비록 지금은 서로 주말부부로 떨어져 살고 있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한다. 지금 당장은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우리의 내일에 비젼이 있고, 희망을 볼 수 있다 한다.

나 역시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어린 시절 나는 부모님의 이혼과정을 모두 봐야만 했다. 생선장사와 삯바느질로 날 키우시던 조부모님과 살아오며 찢어질 듯한 가난에 너무 힘들었다. 대학시절은 학업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뒤는 물론 옆도 보지 않고 달려온 인생이었다. 물론 지금도 내 결혼식조차 오지 않았던 아버님과의 관계 등을 비롯한 다양한 삶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그저 움켜 쥐려고만 하던 을 눈 딱 감고 놓아버리면서부터 찾아온 행복이고, 여유였다.


사실 사람 사는 게 별거 아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내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는 이와 함께 하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내 정신줄을 놓치 않고, 늘 꿈을 꾸며 살 수 있다면 그 속에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그런데 그걸 보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에 뭔가 자꾸 움켜쥐려고만 하면 문제가 생긴다. 돈을 움켜쥐고, 명예를 움켜쥐고는 도무지 놓으려 하지 않는다. 주먹도 계속 쥐고 있으면 피가 안 통해 하얘지고, 경련이 일어나는 법이다. 인생의 행복이란 게 마치 비누와도 같아서 강하게 움켜쥘수록 자꾸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 나는 생각한다. 


어제 언론 보도를 보니 일가족 4명이 생활고에 시달려 동반자살을 했다 한다. 또 다른 어떤 기사에는 10억이 있으면 양심은 물론 가족마저 버릴 수 있다 응답한 이가 50%가 넘는 다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이 시대를 사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더 이상의 물질적 풍요가 아닌 여유와 행복을 채울 수 있는 "비움의 영성"이 아닐까.

블로그 메인에 올려놓은 가족사진. 우린 없어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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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샘물처럼, 상쾌한 숲 속 바람처럼, 새로운 하루를 살아가며 세 딸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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