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두말할 필요없는 심각한 이슈가 되었다. 검찰청에서 발행하는 범죄백서를 보면 사회지도층의 성폭력 가해 여부에서 늘 목사나 신부 등 종교인에 관한 이야기가 오르내리곤 한다. 실제 얼마 전 발생한 서울의 유명교회 담임 목사의 성추문 사건을 비롯 알게 모르게 발생하는 교회 내 성폭력 사건은 해마다 그 수치가 증가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최근 한국교회 내에서 성폭력 문제가 급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교회 내 성폭력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흔히 성폭력은 가해자의 성적충동이 가장 핵심문제로 지적되곤 하였다. 그러나 성폭력 가해자는 오랜 기간 피해자(주로 여성)를 대상으로 한 철저한 계획 속에서 성범죄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이들은 성차별적 의식에 근거한 왜곡된 성의식을 지닌 경우가 많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주된 피해자인 여성을 한 인격체가 아닌 '성적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이나 여성의 No 를 Yes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들의 왜곡된 성의식은 어린 시절부터 습득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범죄심리학자들의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주로) 여성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말하자면, 성차별적인 교육과 문화 속에서 성장하며 자신의 공격성과 분노를 '성'을 매개로 한 '폭력'행위로서 표출한 것이 바로 성폭력이란 것이다. 따라서 성폭력이란 성차별적인 문화와 의식이 주된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성차별적인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성폭력의 감소 혹은 예방과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교회 내 성폭력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국교회는 성차별적인 문화 혹은 구조를 보이고 있다. 여성교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에 반해 교회 내 위계질서(?) 속에서 주도적인 역할은 늘 남성교인이 담당하곤 한다. 여성은 남편 혹은 남성의 리더십에 대한 순종적인 아름다움을 미덕으로 칭송받아 왔다. 이에 교회 내 문화는 수련회 때마다 여학생과 여선생님을 물속에 던져 넣는 남학생이 재밌고, 활기찬 학생으로 평가받고, 이를 웃으며 넘기는 여학생이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왜곡된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한국교회 교인들이 교회 내에서 어떻게 이성을 대하는 것이 배려이자 예의인지에 대한 교육을 거의 받아 본 일이 없다는 것이다. 교회는 담임 목사의 의지에 따라 그 문화와 교육의 내용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성문제에 대한 의식이 없는 목회자의 경우 평생에 걸쳐 목회를 해도 단 1회의 성교육조차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제나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곳이 교회이고, 각종 성범죄와 성차별의 사례가 점점 증가하는 현실에서조차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목회자가 신학교에서는 물론 현장목회에서도 성교육을 거의 받아본 일이 없다는 데 원인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신학교에서는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이 '양성평등과 교역' 과목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고 있으나 기성 목회자에게까지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다. 이에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에서는 이번 총회 때 각 노회와 시찰회에서 양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헌의했으나 '의무'가 아닌 '권고'로 결정되고 말았다. 물론 한국교회의 현실 속에서 매우 전향적인 결정인 것은 분명하나 큰 아쉬움이 남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필자는 목회자이자 성교육 전문가로서 매일같이 여러 선후배 목회자님들에게 성폭력과 성차별 문제에 관한 전화를 받곤 한다. 때론 심각한 강간의 상황까지 이른 사례도 있었다. 또한 일반사회에서는 기존의 형식적인 성교육을 내실화하거나 없던 성교육마저 새롭게 편성하는 것은 물론 관련 법제도를 철저하게 정비하는 중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신학교에서는 물론 기성교회 목회자들 역시 성교육을 진행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선택사항이 아닌 일종의 당위의 사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성폭력이나 성차별 문제로 곤혹을 치른 선후배 목회자들은 하나같이 미리 미리 성교육을 했어야 했는데, 사건이 발생하고 나니 이제 와서 후회를 한다는 고백을 하곤 한다. 심지어 이젠 교회 분위기가 나빠질까봐 오히려 더 성교육을 하기 불편한 상황이 되었다고 말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닌가. 성교육 특히, 모든 성교육의 내용을 종합하는 양성평등 교육은 문제상황이 발생한 후 진행하면 이미 늦은 것이 되고 만다. 마치 우리가 예방주사를 미리미리 맞아 두는 것처럼 평소에 하나하나 교육해 둘 필요가 있으며, 신학도와 목회자는 철저한 성윤리 의식을 정립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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