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모가 가정 성교육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모님 역시 제대로 성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인데요. 이에 학교에서라도 제대로 성교육을 해줄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1. 학교 성교육은 ‘보건영역’에 속해 있습니다. 각 학교 보건교사는 보건영역의 다양한 주제와 함께 성교육을 진행합니다. 그런데 이게 문제입니다. 대개 보건교육에는 1년에 10시간이 학급단위별로 편성이 되어 있는데요. 질병과 건강 등 10-13가지의 주제와 함께 성교육을 진행해야만 합니다. 즉, 절대적인 시수 자체가 부족한 것입니다. 그러니 가치관이나 관계성 교육은 아예 들어갈 수조차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로는 보건교사의 일자리가 비정규직 혹은 기간제인 것도 있습니다. 올해 3월 최창의 경기도의회 교육의원이 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내 보건교사의 경우 고교의 37.8%, 중학교의 29.1%, 초교의 24.9%가 기간제였습니다. 이에 보건교사는 임신이나 출산, 피임 등과 같은 현실적인 교육을 장기간의 계획을 수립해 자신 있게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나마 보건교사가 있는 경우는 양반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보건교사 배치율은 대략 65% 내외 수준입니다. 따라서 보건교사가 없는 경우에는 일반교과교사가 성교육까지 병행해야 하는데, 성교육에 관한 교육자체를 받아 본 일이 없는 일반교과교사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또 교육의 질 역시 담보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2. 둘째로는 학교의 의지를 들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서상기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최근 5년간 학교 성교육 실시현황'이란 자료를 보고 받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일선 보건교사에게 성교육 실시현황에 대한 설문이 들어 있었는데요. 조사결과 초교는 평균 5.17시간, 중학교는 3.5시간, 고등학교는 5.5시간 정도 성교육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1년에 10시간의 성교육을 반드시 진행했어야 하는데요. 이것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의 핵심에 ‘교장 선생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 성교육은 ‘지침’의 형태로 내려오기에 반드시 시간을 채울 필요는 없습니다. 이에 교장 선생님의 의지에 따라 ‘선택교과’ 정도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지요. 최근 증가하는 성폭력 문제나 청소년 성문제 등을 생각하면 아쉽기 그지없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교장 선생님은 교직원 성희롱 예방교육 때 참여도 잘 안 하십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전국 수백 여 곳의 학교에 다녔지만 교장 선생님께서 참여하신 교육을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3. 셋째로는 제대로 된 교과 과정의 부재를 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중학교 교과서를 보면 성충동이 일어날 때 운동 등을 통해 성 에너지를 전환하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합니다. 정말 비현실적인 얘기이지요. 또 어떤 곳에는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하라는 대목이 나오기도 하는데, 원론적으로는 맞는 얘기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우리 아이들이 코웃음을 치고 있습니다.

저는 아동-청소년의 현실적인 성문화를 파악하고, 관계성에 기초한 성교육 교재 혹은 교과 과정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의 성교육은 초등학교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그 핵심에 양성 간의 관계성 등을 두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꾸준히 변화시켜 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십 대 임신율 등을 절반 수준(네덜란드)으로 낮추는 데 성공해 낸 사례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즉, 1년에 한두 번 이벤트처럼 진행하는 교육이 아니라 약 10여 년 이상 체계적으로 현실적인 문제와 장기적인 국가비전 속에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우선 보건교사 의무배정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에 그치지 말고, 꾸준히 변화하는 성문화의 현실을 바탕으로 꾸준히 보수교육을 진행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성교육 실시현황을 반드시 보고하게 하는 ‘의무’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교직원의 경우 ‘성희롱 예방 종합관리 시스템’에 보고함으로써 의무화를 시켰는데요. 이러한 보고체계를 아이들에게까지 확대·적용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국가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성교육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이것은 통합형 섹슈얼리티 교육이란 큰 틀에서 구성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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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메인에 글이 실렸네요. 부족한 글에 관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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